트럼프의 꿍꿍이는 무엇인가?

2025. 4. 7. 02:41Investment Story/끄적끄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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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달러는 오랫동안 국제 금융 시스템의 중심으로, 세계에서 가장 신뢰받는 기축통화로 군림해왔습니다. 하지만 이 기축통화라는 특별한 지위가 미국 경제, 특히 제조업에 가져온 부작용에 대해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최근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으로 있는 스티브 미란(Steve Miran)의 논쟁적인 보고서가 바로 이 문제를 공론화했습니다.

 

스티브 미란의 보고서 "글로벌 무역 시스템 재구축 사용자 안내서"는 미국이 가진 경제적, 안보적 힘을 활용해 국채를 재조정하고 달러를 평가절하하자는 주장을 펼칩니다. 그의 핵심 아이디어인 '마라라고 협정(Mar-a-Lago Accord)'은 달러 가치를 낮추고, 관세와 미국의 안보 제공을 협상 카드로 활용해 국제사회의 협력을 이끌어내자는 파격적인 접근입니다. 미란은 관세 부과를 통해 협상 테이블로 국가들을 끌어들이고, 이 협상에서 미국의 안보 우산 제공 여부 등을 협상의 또 다른 무기로 삼아, 결국 외국 정부들에게 만기가 매우 길고 이자율이 낮은 장기 국채를 판매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이 협정이 실제로 이루어진다면 1985년의 플라자 합의와 같은 역사적 사례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국제사회에서 미국에 대한 정부들의 반감은 그 당시보다 훨씬 높아진 것이 변수입니다.

 

이 보고서가 논란을 불러일으킨 이유는 명확합니다. 지금까지 미국은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를 이용해, 세계로부터 저렴한 비용으로 자금을 끌어와 경제 성장을 지속할 수 있었습니다. 많은 국가들이 미국에 상품을 저비용으로 생산해 수출하고 달러를 벌어들인 뒤, 이를 다시 미국 국채에 투자하는 순환 구조가 자리 잡았기 때문입니다. 이 덕분에 미국은 지속적인 무역 적자에도 불구하고 재정 적자를 안정적으로 충당하고 금리를 낮게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기축통화 지위로 인해 다른 국가들은 자국의 통화를 평가절하하여 수출 경쟁력을 높이려는 노력을 지속했고, 이는 오히려 장기간 미국 달러의 강세를 부추기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게다가 2010년 이후 중국이 미국 국채 매입을 중단한 것은 미국의 국가 부채 위기를 더욱 악화시켰습니다.

 

스티븐 미란은 이 순환 구조가 궁극적으로 미국 제조업의 쇠퇴를 가져왔다고 지적합니다. 기축통화로 인해 달러 수요가 높아지면서 달러 가치가 실제 무역 경쟁력에 비해 과도하고 높아졌고, 이는 미국 제조업의 가격 경쟁력을 심각하게 떨어뜨렸다는 것입니다. 달러가 강세일수록 미국 상품의 수출은 어려워지고, 값싼 해외 상품의 유입이 쉬워져 결국 국내 제조업 기반이 약해졌습니다. 1950년 GDP의 약 25% 차지하던 미국 제조업은 2023년 약 10%로 축소되었고, 제조업 고용 비중도 현저히 감소했습니다. 물론 저는 개인적으로 미국의 제조업 쇠퇴는 단순히 달러가치 때문은 아니고, 중국의 값싼 인건비와 제조원가 대비 높은 품질도 이를 부추겼다고 판단합니다.

 

아무튼 미란의 제안이 현실화된다면 단기적으로 금융시장에 큰 충격과 불안정성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외국 중앙은행들이 미국 국채를 매각하거나 관세 보복에 나서면 국제 경제 질서가 흔들릴 가능성도 있습니다. 전문가들도 미란의 제안에 대해 회의적이고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스티븐 미란의 보고서와 같이, 트럼프 현 정부는 미국의 경제적, 안보적 힘을 적극 활용하여 제조업 경쟁력을 회복하고, 제조업으로 단련되고 수출 중심의 중국을 견제함으로써 장기적으로 미국이 제조업 패권을 다시 가져오는 것을 목표 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트럼프가 전세계를 상대로 벌이는 이 무모해보이다고 여겨지는 베팅이 어찌될지에 따라 금융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클 것으로 생각합니다. 기본적으로 달러가 잘 돌아야 통화가 팽창이 되며 경제가 확장할 텐데, 무역장벽이 높아져서 달러가 전세계 경제에 돌지 않는다면 팽창된 통화는 급격히 쪼그라들 것이고 이에 따른 실물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클 것이겠죠. 지금 이 상황을 잘 지켜보며 대응전략을 잘 짜야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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