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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스탠딩] 김태유 '위대한 문명사' 시리즈 정주행: 네덜란드의 교훈 - (6)

by 자꿈두(FDiD) 2025. 6.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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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포스팅에서는 인간의 '이기심'과 '행복의 역설', 그리고 개혁 과정에서의 저항을 극복하고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마지막 기회를 잡아야 하는 대한민국의 절박한 과제에 대해 함께 고민했습니다.

 

오늘도 우리는 "어떻게 하면 우리나라가 진정한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을까?"라는 궁극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 서울대학교 김태유 교수님과 함께합니다. 많은 분들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래와 함께 "AI와 자동화가 결국 인간의 일자리를 모두 빼앗아가는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감을 느끼고 계실 겁니다. 마치 과거 산업혁명기 '러다이트 운동'의 공포가 재현되는 듯합니다. 정말 기술 발전은 우리를 더 불행하게 만드는 것일까요?

 

김태유 교수님은 이러한 우려에 대해, 산업 혁명이 본질적으로 인간 삶의 모든 영역을 '상품화'하는 과정이기에 오히려 상상할 수 없는 새로운 직업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문명사적 결론을 제시합니다. 하지만 이 거대한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기존 직업의 소멸과 그로 인한 고통을 어떻게 최소화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을까요? 영국의 '적기 조례'처럼 좋은 의도로 시작된 규제가 오히려 국가 발전의 발목을 잡았던 역사적 교훈은 오늘날 우리에게 무엇을 시사할까요?

 

나아가 이번 강의는 산업 혁명으로 인한 빈부 격차 문제와 '자산 소득'의 중요성이라는, 어쩌면 더욱 근본적인 주제로 우리를 안내합니다. 교수님은 인류 역사상 최초로 서민 대중이 노동 소득을 넘어 '자산 소득'을 통해 풍요로운 삶을 누렸던 경이로운 국가, 바로 네덜란드의 성공 스토리를 생생하게 펼쳐 보입니다. 네덜란드가 발명한 '주식회사'와 '자본'이라는 개념이 영국의 산업혁명보다 인류 문명에 더 큰 영향을 미쳤다는 파격적인 주장은, 우리가 자본주의와 경제 성장을 바라보는 관점 자체를 뒤흔들지도 모릅니다.

 

물론, 모든 자산 소득이 긍정적인 것은 아닙니다. 가치 창출에 기여하지 않는 '불로소득'은 왜 경계해야 하며, 국가 발전과 사회 통합을 위한 보수와 진보의 역할, 그리고 '국민의 집단 지성'은 어떻게 작동해야 할까요? 자동화의 미래부터 자본 소득의 올바른 이해, 그리고 국가 발전의 균형점까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헤쳐 나갈 지혜를 김태유 교수님의 여섯 번째 시리즈에서 함께 찾아보겠습니다.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eNbdMjB7hTw


자동화와 직업의 미래: 사라지는 것과 생겨나는 것

'직업이 없어진다'는 우려는 2016년 다보스포럼에서 발표된 '직업의 미래' 보고서 이후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었습니다. 당시 보고서는 720만 개의 직업이 사라지고 200만 개가 새로 생겨 520만 개의 직업이 순감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이는 1차 산업혁명 당시 기계 파괴 운동인 '러다이트 운동'처럼, 자동화가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는 불안감을 키웠습니다.

 

그러나 이후 발표된 보고서들은 상반된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2018년 다보스포럼에서는 2022년까지 1억 3천만 개의 직업이 생기고 7,500만 개가 없어져 5,800만 개가 순증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가장 최근의 2030년 전망은 순증하는 직업 수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러한 낙관적인 예측은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AI가 개발자의 업무를 대체하고, 자율주행차가 택시 기사를 대체할 것이 명확해 보이는데 어떻게 직업이 더 많아질 수 있을까요? 교수님은 그 이유를 '산업 혁명이 본질적으로 인간의 삶을 상품화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과거에는 직접 나무를 해 장작을 땠지만, 이제 연탄, 석유, 전기가 상품화되면서 석탄 광산, 정유 공장, 발전소 등 수많은 새로운 직업이 생겨났습니다. 4차 산업혁명은 인간의 건강, 심리, 취미, 오락 등 모든 영역을 상품화할 것입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심박수와 뇌파를 측정해 오늘의 컨디션에 맞는 영양제와 음악을 추천해 주는 시대가 오는 것이죠. 이처럼 인간 삶의 모든 측면이 상품화되면, 어떤 직업이 생길지는 알 수 없지만 직업의 수는 분명히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문명사적 연구의 결론입니다.

 

물론, 이러한 전환 과정에서 기존 직업을 잃는 사람들의 고통과 저항은 불가피합니다. 평생 마부로 일하던 사람이 갑자기 정비 기술을 배우기란 쉽지 않습니다. 이때 새로운 직업에서 발생하는 이득의 일부를 잃는 사람들을 보상해주는 '정치'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국가의 정치인과 관료는 사회 발전을 추진하되, 그 과정에서 생기는 '암초'들을 제거하고 피해 입은 사람들을 보듬어주어야 합니다. 산업 혁명은 국민을 궁극적으로 행복하게 만드는 길이지만, 그 과정의 어려움을 외면하는 것은 최악의 정치 행위입니다.


영국의 '적기 조례'와 잘못된 규제의 위험성

역사적으로 좋은 의도가 오히려 발전을 저해한 사례도 있습니다. 영국의 '적기 조례(Red Flag Act)'가 대표적입니다. 증기 자동차가 등장하자, 시내에서 기적을 울리고 소음을 내며 말을 놀라게 하고 사고를 유발하는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이에 영국 의회는 붉은 깃발을 든 사람이 자동차 앞에서 사람의 걸음 속도로 걸어가도록 규제하는 법을 만들었습니다. 국민의 안전을 위한 좋은 의도였지만, 이로 인해 영국은 2차 산업혁명에서 독일과 미국에 뒤처지게 됩니다.

 

이처럼 국민의 행복과 안전을 위한다는 명목의 규제가 궁극적으로는 국가를 후진국으로 전락시킬 수 있습니다. 즉, 산업 혁명은 기술 전문가와 지도자들이 제대로 이해하고 이끌어가지 않으면 실패할 수 있습니다.


빈부 격차와 자산 소득: 네덜란드의 교훈

산업 혁명으로 인해 전체 부는 늘어나지만, 빈부 격차 또한 심화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교수님은 이 빈부 격차를 무조건 악으로만 볼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농업 사회의 빈부 격차는 '부익부 빈익빈'이었지만, 산업 사회의 빈부 격차는 '부익부 빈익빈'이 아닌 '부익부 빈익부'입니다. 즉, 부자는 훨씬 더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은 조금 덜 부자가 되어 격차 자체는 커지지만, 모두가 더 잘사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는 것입니다. 이는 열심히 일하고 위험을 감수하는 사람들에게 보상이 주어져야 더 큰 가치를 창출하려는 인센티브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김 교수는 인류 역사상 최초로 노동 소득 외에 자산 소득을 통해 서민 대중이 잘 살게 된 나라로 네덜란드를 꼽습니다. 네덜란드는 프랑스계, 독일계 등 다양한 민족이 섞여 있는 작은 나라이지만, 국민들이 엄청난 부를 누렸습니다. 당시 네덜란드 노동자들의 식탁에는 신선한 야채, 빵, 고기, 유제품이 늘 있었고, 이는 다른 어떤 나라의 노동자들도 누리지 못했던 풍요였습니다. 실제로 네덜란드 서민들의 평균 키가 급격히 커진 것도 영양 상태가 좋아졌기 때문입니다.

 

네덜란드는 인류 역사상 최초로 주식회사인 동인도 회사를 발명했습니다. 총독부터 하녀까지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의 주식을 소유하며, 근로 소득 외에 자산 소득을 통해 부를 쌓을 수 있었습니다. 이들은 일회성 모험이 아니라, 노하우를 축적하며 영속적인 사업을 통해 이윤을 창출하는 '자본(Capital)' 개념을 발명한 것입니다. 김 교수는 네덜란드의 자본 발명이 영국의 산업 혁명보다 더 중요하며, 인류 문명을 바꾼 가장 큰 발명이라고 강조합니다.

 

자본은 땅처럼 생산성이 체감하는 것이 아니라, 커지면 커질수록 생산성이 증대됩니다. 이는 중소기업보다 대기업이 강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국가가 자산 소득을 보장하고 장려해야 사회 전체의 생산성이 증대되고, 중산층이 더욱 두터워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자산 소득 중에서도 노력 없이 얻어지는 '불로소득(Unearned Income)'은 경계해야 합니다. 땅값이 오르거나 특정 자원이 발견되어 얻는 시세 차익과 같은 불로소득은 가치 창출에 기여하지 않으면서 부를 흡수하여 사회의 근로 의욕과 투자 의지를 꺾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파트값이 지나치게 상승하면 공장들이 인력을 모으기 어려워져 생산 원가가 높아지고 투자가 위축될 수 있습니다.

 

이는 낙수 효과와도 연결됩니다. 기업 활동과 근로, 투자를 통한 부는 낙수 효과를 통해 사회 전반에 퍼지지만, 불로소득은 고용 창출이나 동반 성장에 기여하지 않고 특정 개인에게만 부를 집중시켜 사회 전체의 발전을 저해합니다. 예를 들어, 땅값이 10배 오르는 동안 땅 소유주는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았지만, 그 땅의 가치를 높인 것은 주변 공장의 근로자들과 기업 활동의 결과입니다.


국가 발전의 균형점: 보수와 진보의 조화

빈부 격차는 그 자체로 나쁜 것이 아니지만, 사회적 불평등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사회를 이끌어가는 지도자는 사회 전체의 발전을 추구하되, 동시에 그 과정에서 소외되거나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보듬는 역할을 함께 해야 합니다. 보수와 진보라는 두 개의 정치적 가치가 치열하게 경쟁하며 균형을 이룰 때 사회는 건전하게 발전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때 중요한 것은 '국민의 집단 지성'입니다. 국가 발전의 원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직관적이거나 감성적인 판단에만 의존하면 오답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고, 이는 후진국으로 전락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과거 일본이 지식인들을 통해 미래를 알았고, 조선은 그렇지 못했던 것처럼 말입니다.

 

결론적으로, 4차 산업 혁명 시대에 대한민국이 선진 강대국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과학과 기술을 우대하고, 자본 소득을 장려하며, 동시에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현명한 정치적 노력이 필요합니다.


김태유 교수님과 함께하는 '더 시빌라이제이션' 시리즈, 어느덧 여섯 번째 문을 열고 또 다른 깊은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역사를 관통하는 사회 발전의 원리가 이토록 명쾌할 수 있다니, 매번 감탄하며 새로운 지식을 배우고 있습니다.

 

이번 여섯 번째 시리즈에서 제게 가장 큰 인상을 남긴 것은 바로 농업 사회에서의 빈부 격차는 '부익부 빈익빈'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지만, 산업 사회에서의 빈부 격차는 '부익부 빈익부', 즉 모두가 함께 이전보다 더 잘살게 되는 사회로 나아간다는 교수님의 통찰이었습니다.

 

이 말씀에 깊이 공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과거 조선시대를 생각해보면, 임금님이나 극소수의 양반만이 누릴 수 있었던 풍류와 지식의 향유가 얼마나 제한적이었을까요? 궁중 악사가 옆에서 직접 연주해야만 들을 수 있었던 음악은 이제 스마트폰과 이어폰 하나로 온 세상의 음악을 손쉽게 즐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높은 신분과 막대한 재산이 있어야만 만날 수 있었던 현인의 가르침은, 지금 우리가 이렇게 김태유 교수님의 훌륭한 강의 시리즈를 인터넷과 컴퓨터만 있다면 누구나 무료로 접할 수 있는 시대로 변화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산업 사회가 가져온 '모두가 함께 나아지는 풍요'의 대표적인 예시가 아닐까 싶습니다. 적어도 산업화된 국가에서는 과거처럼 절대적인 빈곤으로 굶주리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사실 또한 이 명제를 뒷받침하고요.

 

물론, 산업 사회에서도 빈부 격차는 존재하며, 이것이 과도하게 벌어질 경우 심각한 사회적 갈등과 정치적 불안정성을 야기하여 결국 국가 전체의 경쟁력을 다시금 저해할 수 있다는 점은 우리가 반드시 경계하고 또 해결해야 할 중요한 문제입니다. 모두가 함께 잘살게 되는 방향성은 분명 긍정적이지만, 그 '간극'이 사회 통합을 해칠 정도로 커지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겠죠. 이 지점에서 바로 정치 지도자의 역량과 지혜로운 정책적 조율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됩니다. 파이를 키우는 동시에, 그 과실이 사회 구성원들에게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은 국가 발전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핵심 과제일 것입니다.

 

오늘도 세상을 보는 또 다른 창을 열어주신 교수님께 감사드리며, 이 깨달음을 바탕으로 우리 사회의 오늘과 내일을 더욱 깊이 고민해보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함께해주신 독자 여러분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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