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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vestment Story/종목분석

급등한 써클(Circle), 기회와 리스크의 양날의 검을 재점검하다

by 자꿈두(FDiD) 2025. 6.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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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써클의 기업분석 글을 통해 성장 가능성을 짚어보고 제 투자 포트폴리오에 편입했다는 소식을 전해드렸습니다. 그런데 불과 일주일 만에 가파른 주가 상승이 나타났습니다.

Source: Google

 

단기적인 주가 급등은 투자자에게 기분 좋은 일이긴 합니다만, 신규 매수를 고민하시는 분들에게는 더욱 냉정하고 신중해져야 합니다. 기업의 본질적인 가치, 즉 펀더멘털에 특별한 변화가 없는 상태에서 주가 상승은 '안전 마진의 감소'이자 주가 하락에 대한 리스크는 더욱 상승한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지난주 써클의 매력도를 판단했던 가격과 현재 가격 사이에는 이미 많은 변화가 생겼습니다.

 

따라서 오늘은 벅찬 기대감이나 섣부른 낙관은 잠시 내려놓고, 리스크 관리라는 관점에서 써클을 다시 한번 점검해보고자 합니다. 일주일 만에 변해버린 주가와 그 안에 내포된 리스크는 무엇인지, 그리고 이 리스크를 감안하고도 여전히 '써클'은 매력적인 투자처인지 그 매력도를 다시 평가하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GENIUS 법안 통과: 써클의 시장 점유 확대 vs 새로운 경쟁의 시작

써클이 선제적으로 까다롭게 기업을 운영해온 지난 날은 지니어스 법안이 최종 통과한다면 분명 결실을 보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지니어스 법안은, 과거 규제의 불확실성 때문에 시장 진입을 주저했던, 훨씬 강력한 자본과 유통망을 가진 거대 기업들에게 위험이 제거된 길을 깔아주는 역설적인 겨로가를 낳을 수 있습니다.

 

1) 월스트리트의 거인: JP모건 및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기존 금융 기관들의 시장 진입

JP모건과 같은 전통 금융 강자들은 써클과 동일한 리테일 디파이(DeFi) 시장에서 경쟁하려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들의 목표는 훨씬 더 수익성이 높은 대기업 및 기관 결제 시장일 것입니다.

  • 이들은 연방 은행 규제를 받는 은행의 직접적인 부채인 '예금 토큰(Deposit Token)'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이는 리스크에 민감한 대기업 재무팀에게 비은행 기관이 발행하는 스테이블코인보다 구조적으로 더 안전한 대안으로 인식될 수 있습니다.
  • 이들의 유통망은 이미 확보된 전 세계 수많은 기업 고객 네트워크 그 자체입니다. 별도의 마케팅 없이도 기존 고객 관계를 활용해 자사 상품을 보급할 수 있습니다.
  • 이는 시장의 양분화 리스크를 만듭니다. 써클이 암호화폐 네이티브 및 핀테크 시장을 장악하더라도, JP모건과 같은 은행들이 전통 금융(TradFi)이라는 '알짜' 시장을 선점하여 써클의 성장을 제한할 수 있습니다.

2) 페이팔 및 빅테크의 위협

지니어스 법안 조항에서는 주된 사업이 금융이 아닌 상장 기업이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기업 역시 재무부 장관, 연준 의장 및 FDIC 의장으로 구성된 스테이블코인 인증 검토 위원회의 만장일치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또 일론 머스크의 X와 같은 비상장 기업은 해당 조항의 적용을 받지 않고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할 수 있습니다. 페이팔은 이미 스테이블 코인 시장에 진입하였습니다. 즉, 잠재적으로 써클은 빅테크와 경쟁해야 할 수 있는 위치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이들은 이미 수억에서 수십억 명에 달하는 최종 사용자 관계와 앱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블록체인의 복잡성을 완벽하게 숨기고, 사용자가 이미 익숙한 앱 안에서 매끄러운 결제 경험을 제공하며 써클 대비 경쟁 우위를 가져갈 수 있습니다.

 


전략적 족쇄, 코인베이스와 비용 계약 리스크

외부의 경쟁 위협만큼이나 써클의 발목을 잡는 것은 내부의 구조적인 비용 문제입니다. 특히 USDC 네트워크 확장의 일등공신이었던 코인베이스와의 수익 공유 계약은 이제 써클의 수익성을 억누르는 '전략적 족쇄'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1) 막대한 유통 비용의 실체

  • 비용 규모: 2024년, 써클은 매출 16억 8천만 달러 중 60%가 넘는 10억 1천만 달러를 '유통 및 거래 비용'으로 지출했으며, 이 중 9억 8백만 달러가 코인베이스에 지급되었습니다.
  • 수익성 제약: 이 계약은 써클의 총이익률을 약 30~39% 수준으로 구조적으로 제한하는 '천장' 역할을 합니다. USDC 유통량을 늘리기 위해 코인베이스에 의존해야 하지만, 그 성공의 과실 대부분을 파트너가 가져가는 딜레마에 빠진 것입니다.

2) 플랫폼 전환 노력과 지속되는 이익률 악화의 함정

써클의 경영진 역시 이 문제를 인지하고, 이자율에 의존하는 현재의 비즈니스 모델에서 벗어나려 하고 있습니다. API 서비스, 써클 페이먼트 네트워크(CPN), 실물자산(RWA) 인프라 등 플랫폼 기반의 고마진 수수료 수익 모델로 전환하는 것이 그들의 핵심 전략입니다.

 

하지만 바로 여기에 핵심적인 리스크가 존재합니다. 만약 써클이 플랫폼 서비스 수익화에 성공하여 새로운 고마진 매출원을 성공적으로 창출하더라도, 현재의 불리한 코인베이스 비용 계약 구조를 개선하지 못한다면 그 노력의 상당 부분이 상쇄될 수 있습니다. 새로 벌어들인 플랫폼 수익이 코인베이스에 지불되는 막대한 유통 비용으로 빠져나가면서, 매출(Top-line) 성장이 순이익(Bottom-line) 성장으로 온전히 이어지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이자율이 하락하면 기존 수익원이 줄어들고, 플랫폼 수익을 늘려도 그 이익의 상당 부분이 유출되는 이중고에 처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 비용 구조를 재협상하거나 코인베이스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지 않는 한, 써클의 순이익률은 지속적으로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고성장을 기대하는 상장 기업으로서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하지 않은 모델이며 ,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단순한 전략적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 과제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써클의 해자에 집중해보자

앞서 우리는 거대 기업의 시장 진입과 내부적인 비용 구조라는 두 가지 심각한 리스크를 분석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위협이 써클의 미래를 단정 짓는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오히려 이러한 도전자들이 넘어야 할, 써클이 수년에 걸쳐 구축한 '경제적 해자'는 생각보다 훨씬 깊고 넓기 때문입니다. 써클의 핵심 경쟁력은 '강력한 네트워크 효과'와 쉽게 복제할 수 없는 '기술적 해자'에서 나옵니다.

 

1) 선점자가 구축한 강력하고 자기 강화적인 '네트워크 효과'

후발주자가 가장 따라잡기 힘든 것은 이미 형성된 시장의 관성, 즉 네트워크 효과입니다. 써클의 USDC는 단순한 스테이블코인을 넘어, 암호화폐 생태계의 기축통화 중 하나로 자리 잡았습니다.

  • 광범위한 생태계 통합: USDC는 이미 수백 개의 지갑, 거래소, 그리고 디파이(DeFi) 프로토콜에 깊숙이 통합되어 있습니다. 누적 거래량이 26조 달러를 넘어섰다는 사실은 USDC가 얼마나 광범위하게 사용되는지를 증명합니다. 개발자와 사용자들은 이미 USDC를 중심으로 인프라와 자산을 구축했으며, 다른 스테이블코인으로 이전하는 데에는 높은 전환 비용이 발생합니다.
  • 전략적 동맹이 증폭시키는 신뢰: 써클의 네트워크는 강력한 파트너십을 통해 더욱 강화됩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BlackRock)이 지급준비금을 관리한다는 사실은 기관 투자자들에게 비교 불가능한 수준의 신뢰도를 부여하며 , 공동 창립자이자 핵심 유통 파트너인 코인베이스(Coinbase)는 막대한 개인 및 개발자 유통망을 제공합니다. 또한 비자(Visa)와의 파트너십은 USDC를 글로벌 실물 경제 결제망과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합니다. 신규 진입자는 단순히 토큰을 발행하는 것을 넘어, 써클이 수년에 걸쳐 구축한 이 전체적인 신뢰와 통합의 생태계를 복제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합니다.
  • 위기 극복으로 증명된 회복탄력성: 2023년 SVB 사태로 인한 페깅 붕괴 위기는 역설적으로 써클의 해자를 더욱 깊게 만들었습니다. 당시 시장의 뱅크런과 같은 극심한 스트레스 상황에서 투명하고 신속하게 대응하며 결국 1:1 상환 약속을 지켜낸 경험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자산입니다. 빅테크와 같은 신규 발행사들은 디지털 달러에 대한 뱅크런을 관리해 본 검증된 실적이 없습니다. 이 고통스럽게 얻은 '위기 극복 경험' 그 자체가 바로 가치 있는 해자가 됩니다.

2) 자본만으로는 쉽게 복제할 수 없는 '기술적 해자'

  • 써클의 기술적 우위의 정점은 '크로스체인 전송 프로토콜(Cross-Chain Transfer Protocol, CCTP)'입니다. 이것은 단순히 한 블록체인에서 다른 블록체인으로 토큰을 옮기는 기술이 아닙니다. 제3자 브릿지의 보안 위험과 비효율 없이, 여러 블록체인에 파편화된 유동성을 '네이티브' USDC로 안전하고 원활하게 연결하는 핵심 인프라입니다.
  • 써클은 '써클 민트(Circle Mint) API'와 같은 강력한 개발자 도구를 제공하여 기업들이 자사 서비스에 USDC를 손쉽게 통합하도록 지원합니다. 이미 수많은 개발자와 프로토콜이 써클의 기술 위에 자신의 서비스를 구축했으며, 이는 개발자 생태계에 대한 깊은 '고착 효과'를 만들어 냅니다. 이는 경쟁사 제품으로의 전환을 매우 어렵게 만듭니다.
  • USDC는 이더리움, 솔라나, 베이스 등 22개 이상의 주요 블록체인에서 네이티브로 발행되어 경쟁사들을 압도합니다. 각기 다른 기술 스택을 가진 블록체인마다 네이티브 통합을 구축하고 유지하는 것은 막대한 시간과 엔지니어링 자원을 요구하는 일입니다.

높아진 가격, 더 무거워진 리스크와 기대감의 무게

지금까지 나눈 모든 내용 끝에 우리가 마주해야 할 가장 현실적이고 무거운 리스크는 바로 '가격' 그 자체입니다.

 

지난주 제 분석글이 나간 이후, 써클의 시가총액은 이미 535억 달러에 달했습니다. 제가 지난 분석에서 제시했던 5년 뒤, 2030년의 시가총액 시나리오를 다시 한번 상기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기본(Base) 시나리오에서는 2,190억 달러라는 장밋빛 미래가 있지만, 약세(Bear) 시나리오에서는 210억 달러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이는 매우 중요한 지점입니다. 만약 써클의 성장이 시장의 높은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약세 시나리오의 경로를 따라간다면, 5년 뒤 기업 가치는 현재보다 반 토막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그 부정적인 신호가 당장 올 하반기부터 보이기 시작한다면, 주가는 5년 뒤가 아닌 지금 당장이라도 큰 폭으로 하락할 수 있습니다. 올 하반기에 그런 신호가 보인다면 반토막이 아닌, 더 큰 하락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결국 시가총액 300억 달러에 이 주식을 바라볼 때와, 불과 며칠 만에 535억 달러까지 치솟은 지금 바라볼 때의 리스크는 질적으로 다릅니다. 높아진 가격은 미래의 성공을 상당 부분 선반영하고 있으며, 이는 필연적으로 주가의 높은 변동성을 의미합니다. 이 글에서 논의한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과 해자에 대한 깊은 이해, 그리고 성장 스토리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없다면, 앞으로 닥쳐올지 모르는 가격 변동성에 크게 휘둘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의 개인적인 포지션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저는 여전히 써클의 장기적인 성장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주가 추이를 신중하게 지켜보며 포트폴리오에 조금씩 비중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 현재의 높은 가격대는 분명 부담스러운 수준이며 저 역시 아직 '높은 확신'을 가지고 있지는 못한 상태입니다. 분석을 계속하며 그 확신을 찾아가는 과정에 있습니다.

 

이 글을 읽는 투자자분들께서도 단기적인 주가 등락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기업의 본질적 가치와 그에 따른 리스크를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자신만의 투자 원칙을 세우시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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