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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대한민국/김태유 교수님의 '문명사 이야기'

[언더스탠딩] 김태유 '위대한 문명사' 시리즈 정주행: 이기심과 행복의 역설 - (5)

by 자꿈두(FDiD) 2025. 6.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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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포스팅에서는 아편전쟁 이후 조선과 일본의 엇갈린 운명을 통해 '첫 단추'의 중요성과 '두 번째 대분기' 앞에 선 대한민국의 준엄한 과제를 함께 살펴보았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우리 인간과 사회의 더욱 근본적인 작동 원리로 시선을 돌립니다. 김태유 교수님은 "인류가 모두 함께 잘 사는 방법은 이기심을 키우고 노력해서 가치를 많이 창출하여 그 이기심의 범위를 확대시키는 것뿐"이라는, 어쩌면 불편하게 들릴 수 있는 단언으로 강의를 시작합니다. 과연 인간 발전의 진정한 원동력은 순수한 이타심일까요, 아니면 역설적이게도 '확장된 이기심'일까요?

 

그리고 이 논의는 자연스럽게 "우리는 왜 성장하고 풍요로워져도 덜 행복하다고 느낄까?"라는 현대인의 고질적인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많은 분들이 "언제까지 성장만 외칠 것인가? 이제는 분배와 행복이 중요하지 않은가?"라고 반문합니다. 이에 대해 교수님은 객관적 풍요 속 주관적 불만족 현상을 '덧셈 행복'과 '뺄셈 행복'이라는 독창적인 개념으로 명쾌하게 분석합니다. 이 '행복의 역설'은 왜 우리가 변화와 개혁 앞에서 주저하게 되는지, 그 심리적 기저를 날카롭게 파헤칩니다.

 

과거 조선의 위정척사 사상이 단순한 무지나 아집이 아니었듯, 오늘날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변화 앞에서 나타나는 저항 역시 '잃는 것에 대한 공포', 즉 '마이너스 행복'에 대한 두려움과 깊이 연관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저항을 어떻게 극복하고, 때로는 '약간의 무리수'를 동반하더라도 국가 전체를 미래로 이끌었던 역사적 리더십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요?

 

"잘못하면 구한말로 돌아갈 수도 있다"는 김태유 교수님의 충격적인 진단은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에게 더욱 절박하게 다가옵니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두 번째 대분기'는 어쩌면 우리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릅니다. 이번 포스팅을 통해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바탕으로, 대한민국이 마주한 도전의 본질과 나아가야 할 길을 함께 고민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7-zy8BvzOdc


행복의 역설: 덧셈 행복과 뺄셈 행복

행복은 측정하기 어려운 주관적인 개념입니다. 어린아이들은 부모님과 놀이동산에 가고 맛있는 것을 먹는 것에서 행복을 느낀다고 합니다. 하지만 객관적인 지표로 행복을 측정하려는 시도도 있습니다. UN 개발계획(UNDP)에서 개발한 인간 개발 지수(HDI)는 국민 소득, 기대 수명, 교육 수준 등을 종합하여 행복도를 측정합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주관적 행복 지수가 높은 나라(코스타리카, 도미니카 등)는 국민 소득이 낮은 경우가 많고, 객관적 행복 지수가 높은 나라(노르웨이, 미국, 호주 등)는 오히려 주관적 행복 지수가 낮은 경향을 보인다는 것입니다. 즉, 잘 먹고 잘 살면서도 불만이 많은 '배부른 투정'과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김 교수는 이러한 현상을 '덧셈 행복'과 '뺄셈 행복'으로 설명합니다.

  • 덧셈 행복: 경제가 발전하고 소득이 늘어나 새 차를 사고 더 큰 집으로 옮기면 잠시 행복하지만, 곧 익숙해져 다시 원래의 행복도로 돌아가는 현상을 말합니다. 경제는 계속 성장하는데 국민의 행복도가 정체되어 보이는 이유입니다.
  • 뺄셈 행복: 반대로, 좋은 차를 타다가 작은 차로, 급기야 차를 잃고 걸어 다니게 되면 극심한 불행을 느낍니다. 이는 덧셈 행복이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그것이 사라지면 훨씬 더 불행해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결국 인간의 행복은 '기대'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습니다. 월급이 오르지 않으면 불행하고, 기대만큼 오르지 않으면 여전히 불행합니다. 기대 이상으로 올라야 진정으로 행복을 느끼는 것입니다. 이러한 인간의 본성 때문에 경제는 단순히 성장해야 하는 것을 넘어 가속적으로 성장해야 행복을 느낄 수 있습니다. 만약 가속적으로 성장하지 않는다면, 아무도 행복하지 않을 것입니다.


개혁의 저항과 지도자의 역할

오늘날 우리 사회도 과거 조선 시대처럼 익숙함과 편안함에 안주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대학교 학과들이 30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거나, 4차 산업 혁명 시대에 맞지 않는 학과들이 여전히 존재하는 이유도 '잃는 것에 대한 공포', 즉 '마이너스 행복'에 대한 두려움 때문입니다.

 

과거 조선의 위정척사 사상이 강했던 것도, 서양 문물을 받아들이는 것이 불편하고 기존의 기득권을 잃을까 두려워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일본의 지식인들은 후쿠자와 유키치의 『서양사정』과 같은 책을 통해 서양 사회가 얼마나 발전하고 좋은 사회인지 미리 파악하고 있었습니다. 반면 조선의 지식인들은 서양인을 '갑각류 동물'이라 비하하는 등 산업 혁명 시대에 대한 무지 상태였습니다. 이처럼 미래를 아는 지식인과 모르는 지식인의 차이가 국가의 운명을 갈랐습니다.

 

좋은 개혁이라 할지라도 필연적으로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 생깁니다. 예를 들어, 자동차 산업이 발전하면 마부들은 일자리를 잃습니다. 이러한 저항은 개혁을 가로막는 큰 걸림돌이 됩니다. 성공적인 개혁은 피해를 보는 사람들의 고통을 충분히 보상하고 달래면서, 미래로 나아가려는 힘이 더 커지도록 이끌어가는 것입니다. 이는 통치권자와 지식인들의 능력과 의지에 달려 있습니다.

 

후발국이 선진국을 따라잡는 과정에서는 종종 독재자가 등장하기도 합니다. 99%의 독재자가 나쁜 결과를 초래하지만, 예외적으로 국가 발전을 이끈 독재자(영국의 크롬웰, 싱가포르의 리콴유, 한국의 박정희, 미국의 링컨 등)도 존재했습니다. 이들은 국민 대중이 이해하지 못하는 미래를 향해 국가를 빠르게 이끌어가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무리수를 두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이러한 '약간의 무리수' 없이는 후발국이 선진국을 따라간 적이 없다는 것이 김 교수의 분석입니다.


4차 산업 혁명: 마지막 기회

영국의 산업 혁명이 성공하여 영국이 세계 최고 부자 나라가 되고 그 후손들이 전 세계 좋은 땅을 차지하게 된 것은, 엄청난 고통과 반발(러다이트 운동을 제압하기 위해 나폴레옹 전쟁보다 많은 군대를 파견할 정도)을 이겨냈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4차 산업 혁명도 단순히 좋은 것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저항과 피해를 관리하고 극복해야 합니다. 기술 기반의 생산성 혁명(STEM 교육의 강조)은 미래 성공의 필수 조건이며, 이를 외면하면 불행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두 번째 대분기'이자 어쩌면 마지막 기회 앞에 서 있습니다. 이 시점에서 우리가 4차 산업 혁명의 본질과 그 중요성을 제대로 인지하고,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번 시간은 인간의 본성과 행복, 그리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개혁의 어려움이라는 근원적인 주제를 다루며 또 한 번 깊은 생각에 잠기게 했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 제게 가장 큰 울림을 준 개념은 바로 '덧셈 행복'과 '뺄셈 행복'이었습니다. 행복이란 것이 얼마나 주관적이고 또 기대치에 따라 얼마나 크게 요동치는 감정인지, 그리고 무언가를 얻었을 때의 기쁨보다 잃었을 때의 상실감이 왜 더 크게 다가오는지 명쾌하게 설명해주셨죠. 행복에 대한 정의가 참 어렵지만, 교수님의 설명을 들으니 어렴풋이나마 그 실체에 다가간 느낌입니다.

 

교수님의 말씀처럼, 결국 행복은 인간의 기대에서 비롯되고 그 기대는 현재를 바탕으로 이루어지기에, 우리 삶의 경제적 기반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행복감이 향상되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진단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쩌면 이것이 우리가 끊임없이 성장을 추구해야 하는 가장 본질적인 이유 중 하나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가속적으로 성장해야 행복감이 지속해서 더해진다'는 주장은 어쩌면 우리에게 또 다른 질문을 던지는 듯합니다. 만약 그렇다면 경제 발전만으로 이룰 수 있는 행복에는 분명 한계가 존재할 수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지 않을까요? 마치 끝없이 더 높은 속도를 내야만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어딘가 위태로워 보이는 질주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는 어쩌면 경제 발전으로 이룰 수 있는 행복의 지속성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일 수 있습니다.

 

이 지점에서 우리나라 지도자들이 국민의 행복도를 실질적으로 높이기 위해 과연 어떤 정책적 접근과 철학을 가져야 할지, 더욱 깊은 고민과 성찰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단순한 경제 성장의 가속을 넘어, 국민 개개인이 삶의 의미와 만족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다양한 차원의 노력이 병행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덧셈 행복'의 단기적 효과에만 주목하기보다는, '뺄셈 행복'의 고통을 최소화하고 사회 전체의 안정감과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지혜로운 균형점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두 번째 대분기' 앞에서, 이러한 행복에 대한 본질적인 고민이야말로 우리가 나아갈 길을 설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나침반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오늘도 귀한 통찰을 나눠주신 교수님과 함께해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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